야심한 밤, 생맥주 한잔 마시고 오분 후
앗! 내 몸이 새우처럼 빨개 졌다
술은 잘 못하지만 그래도 와인으로 단련이 되어 좀 덜해졌으려니 했는데
야심한 밤 마신 200cc가 채 안되는 한잔에 또 홍익인간( 널리 인간을
붉게하여라는 신개념의 해석에 의거)이 되어버렸다.
마음을 다잡고, 자세를 고쳐 앉아 신중하게 써내려 간 글이
한순간, 날아가버렸다. 이럴때, 보이지 않는 대상을 원망하게 된다.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 소프트, 윈도우즈라는 프로그램을,
이럴땐 아날로그로 글쓰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연필 사각사각 깎아서
백지를 채워갈 때 혹은 원고지를 채워갈 때 느끼던 묘한 기분,
연필로 글 쓴지가 까마득한데, 디지털이
게으름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난 인간적인 아날로그가 그립다.
가끔 휴대폰도 노트북도 버리고 손목시계를 차고 무작정 걷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지,
야심한 밤, 맥주 한잔은 왜 했냐고?
속상해서
날아가 태어나지 못한 내 글을 위하여 한잔,
그 한잔에 덧붙여 쓸쓸한 위로을 나에게 보내며,
오늘 밤은 도무지 잠들지 못할 것 같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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