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강-황인숙

shiwoo jang 2006. 3. 1. 19:50

 


             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제가 만난 시에서 황인숙은 언어 감각이 탁월한 시인으로 기억합니다. 강이란 시에서도 그의 언어는 그다지 특별할 것도 남다를 것도 없는 언어들도 풍성한 언어의 강을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끔 글을 쓰다보면 저를 자괴감에 빠지고 제 한계를 분명히 긋게 하는 글을 만납니다. 그럴 때 저는 죽고만 싶어집니다. 그건 질투심일까요? 아니면 자학일까요?

아무튼 홀로 혹은 누구와 함께 라도 강가에서 만나거든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아야할 일입니다.

강에서 저도 ,그대 역시 그대의 강에 푹 빠져들어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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