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길에서 만난 사람들

사경을 헤매는 시인, 박세현

shiwoo jang 2006. 1. 5. 15:28

 

이 분, 정선아리랑, 치악산의 시인 박세현입니다. 이분 시는 매니아 층이 있습니다.

저도 매니아의 한 사람이라고 해두죠.

뭐라고 할까 시니컬하고 빈정거리는 것도 같고  기발하거나 생뚱 맞거나...

유머러스하지만 웃음으로 치부할 수 없는 ,

재치있고 감각있는 분이시지요.

최근 열림원에서' 사경을 헤매다'라는 제목의 시집을 냈습니다.

아직도 사경을 헤매시냐는 농담을 건넬라 치면 선생은 머쓱하게 웃으실 겁니다.

시에서 느끼는 감각들이 일상 대화에서 툭 툭,

약오를 만큼 얄밉게 시를 쓰신다는 생각도 들고요.

가끔 저도 샘이 날때도 있어요. 글을 너무 잘 쓰시니까

간혹 서문이나 발문을 쓸 때도 있는데

본문보다 발문이 더 빼어나다고 하는 평도 있다는....

선생 측근의 이야기를 들으면 선생에겐 귀여운 면이 많다고 합니다.

인간적인 면에서 그렇다는 이야기겠지요.

스산한 겨울 분위기에 마음 따스해 지는  시 한편으로

언 손을, 언 마음을 녹이는 것은 어떨까요?

선생의 시 한편 한번 읊조려 볼까요?

원래 선생의 시는 아래 시처럼 나긋나긋하지 않습니다

좀더 진지하고 시니컬하고 어둡거나  우울하거나...

그렇지만 이 겨울 분위기에는 이 시가 나을 듯 하네요

마음 속의 고드름을 녹이기에 좋은....시

 

겨울편지

 

                   

 

첫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기다림의 사립문을 밀고 싶습니다

 

겨울밤 늦은 식사를 들고 있을 당신에게

모자를 벗고 정중히 인사하고 싶습니다

 

우리들 해묵은 안부 사이에

때처럼 곱게 낀 감정의 성에를

당신의 잔기침 곁에 앉아 녹이고 싶습니다

 

부당하게 잊혀졌던 세월에 관해

그 세월의 안타까운 두께에 관해

당신의 속상한 침묵에 관해

이제 무엇이든 너그러운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첫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당신의 바람벽에 등불을 걸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