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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위한 안내서

shiwoo jang 2005. 12. 26. 11:51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위한 안내서



히치하이커를 해본 경험이 있는지? 영화나 CF에서 외진 도로변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지나가는 차를 세워 얻어 타는 장면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이런 장면에서 보면 차를 얻어 타는 데 성공하는 경우는 대부분 멋진 여성에 한해서 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아무튼 영화 제목이 그랬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라는 단숨에 말하기도 숨찬 긴 제목의 영화를 보고야 말았다.

이 영화는 SF영화다. 뭐 그렇다고 과학적 논리나 심오하고 철학적인, SF 정석에 맞는 다소 머리 아픈 기존의 SF영화를 상상한다면 이 영화에 대한 모독이다. 제목만 보고 주눅 든 다소 머리 나쁜 수입자의 계산착오로 단 개봉이라는 비운을 맞이했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히치하이커처럼 굳건하고 당당하다. 토요일의 필름포럼 객석은 가득 찼다. 황당하게도 SF고전의 대접을 받아 절판된 이 책을 구하느라 헌책방을 뒤져가며 책을 찾아 돌려보던 이 영화의 원작 소설 매니아층의 성원에 힘입어 상영관은 젊은 관객들의 들뜬 기류가 이쪽에 까지 감지되고 빠르게 감염 될 정도였다. 이영화의 스케일과 범우주적 상상력은 어이없고 황당함을 넘어선다. 날카롭고 기막힌 유머와 날카로운 풍자 앞에서 관객은 두 시간 남짓 배를 잡고 웃는다. 관객은 더글러스 애담스의 어이없고 기발한 상상력에 동조하면서 시공을 초월한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빠져드는 착각에 빠진다.

이 영화의 시작은 BBC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시작되어 다섯 권의 소설로 드라마, 음반 게임,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 나서야 영국 가스 제닝스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었다. 지구는 어떤 범차원적 종족이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을 얻기 위해 설계한 슈퍼컴퓨터라는 설정과 은하계 초공간 개발위원회 소속 우주인들이 초공간 이동용 우회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도로부지에 있는, 변방중의 변방에 있는 지구별의 철거를 결정한다 라는 설정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폭발일보직전, 잠자리에서 깨어난 영국인 아서 덴트는 고속도로 건설에 방해가 된다며 도로부지에 있는 집을 철거하겠다는 건설사와 맞서는데 외계인 친구인 포드 프리펙트가 나타나 지구별의 철거소식을 전한다. 그전 지구별에서 두 번째로 똑똑한 돌고래는 인간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지만 지구인들은 돌고래 쇼로 오인하자 세 번째로 똑똑한 인간들에게 물고기 고마웠다는 메시지의 노래를 부르며 모두 지구를 떠난다. 아서 덴트와 똑 같은 과정을 거쳐 지구별은 그야말로 산뜻하게 폭발하고 둘은 괴상한 외모와 더러운 성격을 지닌 우주 최악의 시인족인데다 관료적이기까지 한 보곤족의 우주선에 몰래 탑승하면서 우주로 여행을 떠난다. 보곤족의 우주선에서 쫓겨난 그들은 다시 은하계 대통령이자 포드의 친구인 자포드의 우주선 ‘순수한 마음’호에 탑승하고 거기서 전에 아서가 한 파티에서 만나 호감을 품었던 트릴리언과 다시 만난다. 이들은 십진법의 30자리까지 계산을 할 수 있지만 사소한 심부름만 하는데 상심해 우울증에 걸린 로봇 마틴과 함께 어수선하고 예측할 수 없는 우주여행을 떠난다.

이 황당한 여행에서히치하이커 최고의 무기는 타월이고 자포드의 정적은 신에게 ‘코풀 휴지’를 내려달라고 기도하는 사교집단의 교주 허마 카불라이고, 삶과 우주의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을 찾아 750만년 동안 찾아낸 울트라슈퍼 컴퓨터 ‘깊은 생각’이 내놓은 답은 ‘42’그러나 왜 42인지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이 영화는 논리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다 실없는 농담과 무한불가능 확률추진기 같은 어려운 듯 하지만 의미없는 과학용어로 우주를 누비고 다니므로 주눅들 필요가 없다. 그저 무한 광할한 우주를 누비는 기발한 상상에 동승하여 행성공장별에서 지구별2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엿보며 입을 딱 벌리고 그 무한상상력에 감탄하면 되는 것이다.

'이 영화의 쾌감은 어떤 논리로도 도무지 막을 수 없는 상상력의 무한질주이자 고전 에스에프들이 정교하게 구축해온 세계를 까딱거리는 손짓 하나로 날려버리는 경쾌함이다.'라고 말한 평자가 있다. 그 평에 동의하며 이영화의 매력은 '쫄지마 (Don't panic)'라는 말이 주는 가벼움과 익살스러운 농담, 황당하고 광활한 상상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예술 영화관에서 개봉해야만 했던 다소 '관료적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이 영화가 예술적 영화인지?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광활한 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엔 나의 상상력과 표현력의 한계를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예술적인 가치보다는 무한 질주하는 상상력의 가치에 별점을 더하며 진지한 담론 보다는 가벼운 우주적 담론에 동참하고 싶은 분들께 이 영화를 기꺼이 권해드린다.

발랄한 이 영화를 보고 나온 아이가 " 이 영화도 많은 개봉관에서 개봉했으면 좋았을텐데 웰컴투 동막골보다 더 재미있던데 " 라고 말했다. 다시 안목이라는 말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영화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요? 우연히...그야말로 우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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