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어느 바람 찬 날이었던가요, 아니 햇살 눈부시게 환해서 눈이 시린 날이었는지도 몰라요.
그날 하늘 빛은 늦가을 나들이하기 딱 좋았을 날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길을 나서서 예술의 전당에 도착한 시간이 아마도 아홉시 반쯤 이었지요.
분수광장을 지나오다 잎진 감나무에 아직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께로 눈길이 저절로 갔지요.
주렁주렁이라긴 지나친 말일지 모르겠지만 잎 진 감나무에 아술하게 매달린 감을
감탄의 눈길로 보노라면 그래도 주렁주렁이 적당하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 보곤 하지요.
그런데요. 감나무는요 바지랑대에 매달린 잠자리 같은 감은 따지 않고 놔준다잖아요.
까치밥이라고...... 우리 옛날 옛적 할아버지적 부터 그래왔던 일이지요. 감을 딸 때 말이지요.
다 따지 않고 꼭대기에 몇 개는 남겨두었다지요.
먹이를 남겨 먹을 것 없는 새들이 굶주리지 않게 배려한 것이라 들었습니다.
그저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는데요.
그 현장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까치 한쌍이 까치밥을 먹는 모습을요.
서울 도심에서 본 믿기지 않는 풍경이었습니다. 놀랍고 반가운 마음에 디카를 찾았습니다.
하늘과 감나무와 감, 그리고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명등이 어우러져 참 환한 모습이었습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찰칵!
도시에서만 자란 제는 까치가 맛있게 콕콕 감을 파먹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 것이 처음이라
신기하고 부러웠습니다. 신기한 것은 알겠는데 왜 부러웠냐고요?
그날 전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터라 아침을 걸렀거든요. 상당히 배가 고팠던 처지라...
그렇지만 까치들이 맛나게 감을 먹는 것을 한참 지켜 보노라니
배고픔도 잊히고 마음이 따스해 지더라는 거죠. 마치 제가 먹기라도 한 양...
어째든 전 그날은 추웠지만 따스한 아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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