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사진관이 있는 동네

한밤의 TV산책

shiwoo jang 2005. 11. 17. 23:47

 

 

 

오랜만에 티비를 켰습니다.

kbs1 tv에서 늦은 열시 문화지대라는 프로그램 채널이 멎었습니다

이번 쇼팽 콩쿨에서 2위 없는 공동 3위를 차지한 임동민과 임동혁 형제가 나왔습니다, 

그들이 공동 3위상을 수상한 이유가 그들이 받은 점수가 소수점 두 자리까지 같아서 그랬다는 군요.

소수점 두 자리까지 같다니요... 그것도 형제가... 그런 경우는 흔치 않은 데 말이지요.

화가 김점선의 어눌하고 담백한 그래서 아마추어적인 나레이션으로

아름다운 경쟁이라는 부제를 달고 소개를 하더군요.

쇼팽의 피아노곡들과 파아졸리의 천사의 밀롱가 ... 늦가을 밤 가만히 있어도

마음 흘러내리는 밤의 서정을 사정없이 흔들고 가더군요.

임동민과 임동혁은 그들의 성격 만큼이나 해석도 연주도 다르더군요.

수줍고 내성적인 성격의 형 임동민과 쾌활하고 활달한 동생 임동혁,

임동민의 연주는 느리고 진지한  물 흐름 같다고 한다면

임동혁 연주는 그 보다는 표정이 밝았다고 해야하나요?

개구장이 소년 같은  임동혁은  피아노 앞에 앉는 순간 표정 부터 사뭇 진지해

집니다. 마치 수도자의 기도처럼...

두 사람의 다른 빛깔의 연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자세는 한결 같았습니다.

진지함과 음악에 매료된 듯, 그들은 자신의 연주를 즐기고 있었으니까요.

그들이 성공했다면 성공한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몰입, 그것도 아주 진지한,

피아노를 사랑한다면 열심히 연습하라고 후배들에게 충고하는 그들의 말에서

문학이든 음악이든 표현하는 매체나 방법이 다를 뿐

어느 분야의 거장이나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주는 말은 결국 다 같은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임동민, 임동혁  연주 cd를 사야할지 피아졸리의 cd를 사야할지.

음반 판매 사이트를 열어두고 고민하다가

집안의 쇼팽 cd를 꺼내 늘어놓고 이 밤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 무엇인지

잠시 고민하게도 하네요

음악 여행을 마치고 지금은 10년전 대중적으로 사용 되었던 삐삐라고 불리던

호출기이야기를 시니컬하게 혹은 유머러스하게 소개를 하는 군요

삐삐의 시대,를 기다림의 미학의 시대 라고 했던 이유는

호출기의 사용과 함께  공중전화 사용 빈도가  높았기 때문이었겠지요.

대학가 주변의 공중전화는 길게 줄을 늘어서 있어서 15분정도는 기다려야

통화가 가능했다는데서 유래된 이야기라고 했다네요.

이제 사라져가는 공중전화 앞에서 휴대폰 중독의 세태를 개탄해야 하는 시점에서

이 프로그램에서는 호출기의 시대를 향수하는 것은 아닐까요.

바보상자라 불리는 tv가 가끔은 이렇게 사색하게도 하는군요.

가끔은 tv의 유용성을 느끼기도 하는데 오늘 밤이 그렇군요

할일도 없고 길고 심심한 밤에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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