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우 시집 ‘이제 우산이 필요할 것 같아’
소리 심상 중심 서정미·판타지 전달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는 한정적이다. 가벼워서 금방 흩어지고 마는 소리의 색채를 그리고 싶다면 아주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원주에서 활동하는 장시우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이제 우산이 필요할 것 같아’에서는 빗소리가 유독 많이 들린다. “세상이 흘리는 소리를 주우며 먼 꿈을 걸었다”고 표현하는 시인의 말이 여러 문화예술인과 협업하면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해왔던 삶의 과정을 대변한다. 우산으로 비를 막는다 해도 그 위로 툭툭 떨어지는 빗방울이 전하는 느낌은 멈추지 않듯 문자로 표현해 낸 시 속에서 빗소리가 계속 들린다.
표제시 ‘이제 우산이 필요할 것 같아’ 중에서 “우린 내일에 대해 말하진 않았지만/양철지붕을 두드리는 비는 꽤 오래도록 계속 내리고/너는 귀 기울이고 있다 말했어”라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비슷한 어미의 반복과 흐름이 노래 가사를 연상하게끔 만드는데, 밥 딜런의 곡 ‘바람만이 아는 대답’과 양희은의 곡 ‘아름다운 것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빛에 가려 영영 떠오르지 않을지 모르는 달의 행방을 궁금해 하며 ‘답은 바람이 알지’라고 규정짓는다.
“저 빗방울 소리는 어떤 색일까/소리에 맞는 색을 찾아 주느라/나는 종일 햇살을 켠다”(시 ‘소리에 빛깔이 있다면’)는 시인의 청각은 쉴 틈이 없다.
이처럼 소리에 대한 시인의 감각을 찾으려 하면 할수록 슬픔에 접근한다. “소심하게 라디오 스위치를 on으로/볼륨은 최대한 낮춘다”(시 ‘자발적 자가 격리’)는 화자도 있고, “저기 배경 음악이 필요하지 않아요/견딜 수 없는 이 고요를/슬쩍 밀어내지 않을래요 (중략) 눈앞에 없는 소리들로 채워진다/어느새 내가 소리가 된다/나는 너무 시끄럽다”(시 ‘평균적으로 안정적’)고 고백하는 화자도 있다.
하지만 결국 슬픔에 도달하기 보다는 생생한 언어로 슬픔의 곁에서 타인의 기척을 들려준다.
달과 별,무지개,시간,꿈 등을 소재로 한 판타지적 감성도 담겨있다. 시 ‘사적인 달’에서는 상처투성이 달을 바라보며 “달도 혼자만의 거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진형
출처 강원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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