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photo/창작실 일기

담양 산책 일기- 벚꽃 소식 전합니다.

shiwoo jang 2020. 4. 2. 12:17

 

제가 머물고 있는 창작실, 글을 낳는 집입니다. 외딴집이에요. 대숲과 소나무 숲도 가진, 마당엔 꽃도 많고 목련꽃이 예쁘게 핀 나무도 한 그루 있어요. 진입로엔 개나리가 논과 밭이 있는 넉넉한 집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뜬금없이 벚꽃 소식이 궁금해지지 뭐예요. 그래서 일찍 산책을 나섰습니다. 저 하얀 연기는 뭘까요? 아침밥 짓는 아궁이?? 글쎄요? 이 시간엔 처음이라...

아직 화라락 핀 것은 아니고 성미 급한 아이들이 톡톡 꽃잎을 연 정도? 2~3일 후면 화라락 펴서 도로변이 온통 꽃 터널이 될 것 같아요.

무논과 논뚝 수곡마을로 가는 진입로가  꽃을 피운 벚꽃가지 사이로  보여서 운치를 더합니다. 저기 무논엔 올챙이가 엄청 많아요. 걔들 다 자라 개구리가 되면, 엄청 시끄러울 거예요. 우는 소리 때문에...

버스 정류장 위에도 벚꽃 가지가 늘어져 있습니다. 하르르 꽃지는 풍경도 이쁠거에요. 여기선...

오지 않을 버스를 기다리며 하냥 앉아 있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벚나무 사이사이 전신주가 있어요. 무거운 전선을 지탱하느라 힘든 전신주를 위해 슬쩍 가지에 전선을 얹은 벚나무가 발그레 해졌습니다.

거친 수피에 비하면 여리고 고운 꽃을 피우는 벚나무, 낯선 조합이지만  뭐 그래서 더 아름다워 보이는 건 아닐까 싶어요. 원래 고목에 핀 꽃이 더 아름답게 보이잖아요.

 

여긴 한갖진 2차선 도로라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아요. 오늘 아침에 도로 위에 먹을 거라도 있는지 박새 무리가 모여있네요.

한참 앉았다가 차가 오면 후드득 날아오르고...

후드득 날아오르길 반복하네요. 새는 박새가 아닐지도 몰라요. 생김새를 보고 찾아보니 박새 같아서 혼자서 그렇게 믿어버린 거니까요. 텃새인 건 확실하지만요..

 

이 풍경, 멋지지 않나요? 작은 산이 하나, 논과 밭, 대나무 숲, 소나무 숲, 그리고 작은 개울이 하나... 이곳은 참 예쁜 집이에요. 잠깐 들어와 살긴 좋아요. 하지만 오랜 시간 마음을 다해 가꾸고 보살피는 사람은 힘이 들 거예요. 그 일을 해내시는 촌장님과 사모님 두 분이 대단하시다 싶어요.

 

벚나무가 있어 운치를 더하지만 이곳도 결국은 삶터 입니다. 논농사, 밭농사를 짓고, 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깃들어 사는, 누군가 마음을 내어 준 덕분에 편히 글 쓰는 작가들은 그 누군가에게 늘 감사의 마음을 갖고 지내고 있어요.

이 나무는 제법 많은 꽃을 피워냈네요. 곧 활짝 핀 꽃도, 하릴없이 하르르 지는 꽃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봄이 다 갔다는 기분이 들겠지요. 왜 그런지 벚꽃이 지면 그런 기분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