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사후세계에서 놀기
문보영
도망가는 자는 사방을 닫고 자기 자신을 즐긴다.
즐기다 들키는 것까지 포함해서 즐긴다. 사망 후 데
스캠*으로 본다. 날 죽인 사람의 시점으로 죽기 직
전의 나를 보는 건 유익하다. 나는 무너진 건물 창
턱에 앉아 있었구나. 그것도 도망이라고. 왜 죽였는
지는 묻지 말고 어떻게 죽였는지만 배우면 된다. 저
저렇게 먼데 죽였다고? 배율의 문제. 너무 멀잖아. 부
조리해. 핵쟁이의 짓인가. 나는 도망치고 있구나,
문을 놔두고 창문을 타고 드나들면 열심히 사는 기
분이 들었거든. 원에 대한 악감정은 없지만 다른 데
봤다. 연약함을 처리해야 할 때. 멀리 있는 사람은
아름답고 밋밋해. 밤은 기장이 길고 나는 인간에게
익숙하지 않은 물건이므로 잠시 일그러진다. 먼 거
리에 중독되기 시작한다. 눈이 마주칠 때 나보다 오
래 머무는 건 너의 나쁜 성격에 속한다. 아무것에도
중독되지 않는 사람은 지루해. 나를 쐈다. 죽는 순
간의 나를 본다. 상처와 취미의 문제. 죽는 순간. 나
는 폭소하는 빵이구나.
-배틀그라운드, 문보영, 현대문학pin
사후의 나, 내가 죽은 시점을 다른 사람의 시점으로 볼 수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정말 왜 죽었는지 보다 어떻게 죽었는지가 중요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