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가 사는 방
장시우
저물도록 문을 두드리는 저 소리,
바람에 자작나무가 우는 소린 줄 알았다
눈을 가지에 얹고 그렁그렁 우는 걸 봐버렸으니,
그 눈물을 닦아주는 밤
눈(雪)물 떨어지는 소리도 밤에 묻혔다
모두 가만히 고여 있는 시간
고요가 둥지를 튼다
이 고요는 소리들의 비명
가끔 가만히 숨죽여 걸어 나오다 들켜
제풀에 흠짓 놀라 달아나기도 한다
이 적요가 좋으면서 싫은 나는
가끔 소리를 만들어 낸다 문 닫는 소리,
물 마시는 소리 컵 내려놓은 소리 글 쓰는 소리
가끔은 연필로 톡톡 책상을 두드리며
소리의 안부를 묻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내 몸 속에 고요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흘러나온 고요는
추운 나라에서 온 이방인처럼 서성인다
뚝뚝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는다
그리하여 나는 자정이 될 때까지
그 눈물에 귀 기울이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