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photo/소소한 일상

내 영혼이 푸르렀던 한달, -2018.06 토지에서

shiwoo jang 2018. 6. 26. 11:07




이곳은?

네 토지문화관입니다.

 2년만에 다시 찾은 토지문화관 창작실에서 6월 한달을 지내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곧 방을 비워야합니다만...

토지는 늘 푸근하고 푸르고 평안합니다.





귀래관에서 본 토지문화관 입니다.

저 텃밭에서 자란 채소들이 밥상에 오른답니다.

6월은 야들야들 푸들푸들한 상추가 자주 밥상에올라

다들 희뜩한 눈이 되어 상추쌈을 싸먹었지요. 

옥수수도 제법 많이 자랐지요?

곧 수확할 것 같습니다.

가끔,  맛있는 옥수수를 삶아 간식으로 주시기도 하지요.

삶은 감자도 가끔 주시고요.

솜씨 좋은 주방어머니께서 매 끼니 잘차려주셔서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건강한 밥상이었고요.



귀래관 앞에 작은 연못인데요.

부들이 많이 자랐네요.

6월은 온통 푸르릅니다... 보시다시피...



본관에서 귀래관으로 가는 오솔길입니다.

저 침목 계단이 108개 랍니다.

정말이냐고요? 세어  봤으니 맞습니다.

백발번뇌 인가요? 누구에게나 사는 건 번뇌죠...

전 이 오솔길이 종습니다.

그래서 일없이 걸을 때도 있어요.



어느 작가가 걸어둔 해먹입니다.

아주 무더운 일요일 오후,  원고뭉치를 들고 이곳으로 피신하기도 했습니다.

몇몇이 어느 날인가에 어두워 질 때까지 머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적도 있었고요.


6월은 산과 들이 먹을 것 천지지요.

이른 저녁을 먹고 산딸기 원정대를 자처하며 산책길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저렇게 숨은 산딸기가 무척 맛이 있답니다.



산책길에서 늘 마주치는 어느  집 밖에 있는 앵두나무의 앵두를

한 두알씩 따먹는 재미도 솔솔했습니다.

오디나무도 지천이라 손이 보랏빛으로  물들 정도로 따먹기도 했습니다.  

6월의 토지는 모든 것이 풍요로웠습니다.





매지사에 있던 제 방 창밖 풍경입니다.

아침에 눈 뜨면  어두워질 때까지 매일 마주하던 풍경입니다.

많은 새들이 머물며 노래 하곤했고

바람에 춤추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은 보는 내내 기분 좋아지는 풍경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청탁 받은 원고를 썼고 개인 적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막마지 작업을 했습니다.

이제 잘 마무리해야겠지요.




한달 동안 제 카페인 보충에 지대한 공을 세운 휴대용 핸드드립기구 입니다.

원두와 뜨거운 물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맛있는 핸드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지요.

지난 한달 제 무거운 머리를 잘 흔들어 깨워준 일등 공신입니다.



글이 잘 안될 때 가끔 연필로 낙서 같은 글을 쓰지도 했고요.

그 낙서 같은 글이 실마리가 되어 주기도 했지요.

연필의 사각사각 소리가 좋아서 무의식의 흐름으로 써내려 가기도 했습니다.

아, 지금 빗소리가 굉장하네요....

오늘 부터 비가 내린다더니.... 지금은 퍼붓는달까...

오랜만에 이런 비소리도 좋습니다.

처마끝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도 오랜만에 들으니까

무슨 음악처럼 들립니다. 어느 곳에 떨어지는가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들려 무슨 협주곡을 듣는 기분입니다.





6월 8일인가..

작가 몇분과 사전선거를 하고  자주가던 카페에 갔었습니다

희곡작가, 시인, 미국에서 온 소설가,또 시인....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몇 시간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왔습니다.

이 한장의 사진이 먼 훗날엔  이렇게 보낸 6월을  켜는 스위치가 되겠지요.

그리고 이 선명한 기억도 점점 희미해져 가겠지요.

종내에는 이런 모노톤의 기억만 남겠지만 그 시절 그 장소 그 사람들은 선명할 것 같습니다.

정말 온통 푸르렀던 6월이었습니다. 제겐...

아, 비가 좀 잦아 드네요...


또 하나의 스위치가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