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우리 땅 구석구석

대전 원도심, 대흥동을 걷다

shiwoo jang 2016. 4. 16. 04:04

나에게 대전은 대흥동이고 산호여인숙으로 기억된다.

몇년 전 여름에 떠돌던 대흥동, 산호여인숙을 중심으로 기억이 각인되어 대전은 늘 가보고 싶었던 곳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페이스북을 통해 그  산호여인숙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왜? 라는 질문과 함께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마침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전시를 끝내고 충전이 필요한 시기였고

산호여인숙 문 닫기전에 다시 가봐야겠다 생각하고 3박4일 일정으로 길을 나섰다



원주터미널에서 대전복합터미널까지는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고

도심에서 차는 거추장스러운 물건일 뿐이어서 버스로 가기로 했다.

지난 번에 왔을 땐 서울에서 ktx를 타고 대전역에서 내려 산호여인숙까지 걸어서 갔었다.

가급적 걸어다니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터미널에서 산호여인숙까지 어떻게 이동해야하는지 감이 잡히질 않아

산호여인숙이 있는 대흥동까지는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여전히 반가운 산호여인숙과 산호의 안주인 은덕씨와 반갑게 인사하고 짐을 풀었다.

11월이라는 어정쩡한 시기, 그리고 평일이라는 한가로움이 겹쳐 산호여인숙은 조용했다.



산호여인숙은 게스트하우스이자 예술가들이 레지던시로 머무는 작업공간이다.

때때로 전시공간이 되기도하고 가끔 재미난 공연이 이루어지는가 하면 짜투리시장이 열리기도 했던

그야말로 복합문화공간이다.  산호여인숙은 40여평 남짓의 작은 2층집이지만

그 크기와는 상관없이 정말 많은 일을 하는 공간이다.

  산호여인숙의 2층 복도, 크고 작은 방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사흘을 머무는 동안 나는  2인실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 이름을 듣기만 하여도

 미소가 지어지는 스마일방이 내가 머물렀던 방이다.




짐을 풀고 보니 6시가 넘었다.


갑자기 배가 고파왔다.

그러고 보니  점심을 걸렀다는 데 생각이 미쳐 저녁을 먹기 위해  밥집을 찾다가

우연히 다다른 비밥,

주메뉴가 비빔밥이었다. 가게가 깔끔하고  전등이 인상적인 밥집이었다.

일단 청결에서 별 넷반...

밥집은 한눈에도 깔끔한 집이 먼저 눈이 간다.

독특한 이름의 매크밥을 주문했다.

비빔밥과 크림소스의 결합이라 독특했다.

음식맛도  그만하면 합격점이었다.

저녁을 먹고 시끌벅적한 대흥동 밤거리를 어슬렁 걸어다니다  산호로 돌아왔다.


 


산호의 이곳 저곳을 기웃 기웃....

산호다방과 전시공간으로 사용했던 방, 회의실. 식당...

 이곳에 드나들었을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차곡차곡 쌓인걸 볼 수 있다면

몇겹이나 될까...

사라져가는 것들과 풍경은 늘 아쉬움을 남긴다.



산호의 게시판에는 그간 산호여인숙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행사들의 흔적인 포스트와 

누군가 그린 송부영 산호언니와 서은덕 부부의 다정한 모습을 그림이 붙어있었다

산호를 다녀간 사람들의 재미진 이야기와 메시지들이 솔솔한 읽을 거리로 남아있었다.



관계의 미학, 전시의 기획의도를 적은 이 글을 첫날은 그냥 스쳐 지나쳤으나

  밤늦게 도착한 외국인 여성 두사람이

 체크인을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을 본 한 청년이  해결책을 찾느라 고군분투했다.

얼떨결에 나도  손을 걷고 나섰고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두사람은  무사히 안착했다.

그 과정에서 관계의 미학이라는 저 전시 흔적에 자꾸 눈이 가는 것이었다.

어떤 말이든  마음에 닿기 위해서는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다음날은

대흥동, 원도심 지역을 사부작사부작 걸어 다니기로 하고 이른 시간에 길을 나섰다.

아침의 도심을 산책하다가 대전창작센터를 찾았다.

마침 공간에 관련된 전시가 있어 살펴볼 수 있었다.

회화와 사진, 조각 등 시각예술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원주의 창작스튜디오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공간이지 싶다.

도슨트나 큐레이터가 없어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해 아쉽긴 했지만

눈여겨 볼 작품들이 있어 나름 즐거웠다.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걷다보니 은행동까지 왔다.

차한잔 마시며 쉴 장소를 찾다 보니 이왕이면 독특한 장소가 없을까 하고 휴대폰을 검색하다가

은행동의 안도르라는 카페를 찾았다.

안도르는 일제시대 관사로 사용했던 가옥을 개조해서 카페를 연 곳인데

전체적이 틀은 그대로 살렸고 최소한 손을 본 정도라

느낌이 좋았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의  충남도지사관사였던 곳인데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는 집이었는데

마침 11월 한달 오픈하우스라 개방을 한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간 곳이다.

일제시대의 가옥 구조를 볼 수 있었다.

이 일대의 관사로 쓰였던 집들이 많다. 이 집들을  근대유산으로 지정하여 보존하고 가끔 개방하여

시민들이 돌아볼 수 있게 한다고 했다.

바깥은 일반적인 주택의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별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었는데

집안을 들어서자 그 구조가 독특해서 인상적이었다.



관사 2층에서는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방해하지 않으려고 조용히 다니다 보니 실내 사진을 남기지 못한 것이 좀 아쉬웠다.

그러나  재잘거리는  유치원 아이들 소리는 밝고 예뻐서

고즈넉한 옛집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관사를 나와 태미공원에 있는 데전테미예술창작센터를 찾았다.

이곳은 작가들이 레지던시로 머무는 공간인데

좋은 전시가 있다 해서 찾았다.

몇몇 작가들의 독특하고 흥미로운 전시가 인상적이었다.

작가들마다 자기색이 강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전시여서 많은 자극이 되었다. 



테미창작센터를 나와 테미공원을 한바퀴 돌아나왔다.

높은 곳에선 도시도 발 아래다.

멀리 보고 싶다면 높이 올라야한다.

숨이 턱까지 차도 한걸음씩....




또 저녁 시간이 되었다 .

혼자 여행할 때 제일 곤혹스러운 것이 혼자 밥먹기다.

홀로 떠난 여행지에서 혼자먹는 밥이 이제 익숙해질만도 한데....

여전히 어색하다.

간판이 , 식당이름이 재미있어 찾아간 집..



깔끔하고 정갈한 일본 가정식 밥집이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여성적인 취향의 꾸밈새가

아무래도 여성을 주고객으로 하는 곳인 것 같다.



대전에 머무는 동안 몇번이나 갔던 카페 도시여행자!

처음엔 독립출판까지 하다가 지금은 서점으로, 카페로...

돌아다니다가 잘 못찾는 곳이 생기면 쓰윽 문 열고 들어가

거기 어떻게 가면 되나요? 물으면

아주 친절하게 자세하게 가르쳐 줄 것 같은 이름이라

들어간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말간 얼굴의 청년이  이것 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보니

친절하게 답해준다.

도시여행자는

여행서적을 비롯한 독립출판서적 등 기벼운 읽을거리 위주의 책들, 펜시, 문구류를 판매하고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차가

있어 다리 아픈 여행자가 쉬어가기 좋은 곳이고 도시여행에 관한 정보를 얻어 들을 수 있는 곳이라

여행자의 아지트로 삼아도 좋을 공간이다.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다니면

공방, 화방,갤러리  카페, 밥집 등 개성있고 재미있는 공간들이 

툭툭 튀어나와 골목을 탐험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대전 대흥동은 대전의 원도심지역이다.

도시는 유기체라 살아 움직인다.

도시의 도심은 사람들을 따라 포물선을 그리며 이동한다.

한때 전성기를 누리던 도심이 이동하면서 구도심이라는 타이틀을 단다.

집값은 떨어지고... 빈건물이 늘어난다.

가난한 예술가들은 보다 싼 임대료를 찾아 모여들고...

도심이 조금씩 살아날 무렵... 임대료는 오르기 시작한다...

도심에 생기를 더하던 예술가들은 다시 쫓겨난다...

그런 시스템의 반복...

대흥동의 임대료가 다시 들썩인다...

예술가들이 떠나기 시작한다...



대흥동의 카페 이데, 월간 토마토라는 잡지를 발행하고 가끔 재미있는 행사들이 열리기도하는 대흥동의 사랑방 같은

카페이다. 여행자에게 오아시스 같은 곳,

근처의 화랑가를 돌아다니다가 다리가 아플 때 휴식을 위해 찾던 곳,

그리고 뭔가 읽을 거리가 많아 혼자 놀아도 심심하지 않을 곳이다.



 성심당은 빵집이다.

대전하면 성심당을 떠올릴 만큼

성심당은 대전의 상징적인 빵집 이다.

성심당의 명물 튀김소보로와 부추빵은 대전을 찾는 여행자에겐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이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성심당은 우리나라 3대 빵집으로 불리며

성지순례하듯 다녀가는 곳이다.



대전을 떠나기 전. 일종의 의식처럼 성심당으로 빵을 사러갔다. 성심당과 케잌부티끄는

대전을 떠날 때 꼭 들러가야하는 곳으로 일종의 마침표와 같다.

도심을 걷다가 몇번이고 마주친 성심당을 스쳐지나다가

원주로 돌아오는 날 들러 튀김소보로와 부추빵을 사왔다.

며칠 두고 먹을 요량으로 냉동해 두었지만 이틀을 못갔다.

아들 말로는 자꾸 손이 가서 멈출 수가 없었단다.





이제 산호여인숙은 없다!

2015년 11월 9일~12일까지 짧았던 대전 원도심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와 한동안 잊고 있었다.

올해 봄, 산호여인숙은 문을 닫았고

산호의 사람들은 또 다른 즐거운 일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했다.

아, 대동작은집은 아직 있다고 했지 아마....

나에게 대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곳은,

산호여인숙, 비돌, 도시여행자, 이데, ... 이런 공간들이다.

그리고  성심당의 빵, 그집의 올갱이국,  요상한 집의 밥,,,

이렇게 여행은 오감을 꾹꾹 누른다.

누군가 그때 그 감각의 스위치를 누르고

그 감각이 되살아날 때 나는 또 떠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