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스트 트럭 1
허연
슬픈 사람들이 트럭을 탄다. 트럭은 정체에 걸릴
때마다 힘겹게 멈췄다. 정체가 풀리면 트럭은 부식
된 하체 어디선가 슬픔을 흘리며 느리게 움직였다.
트럭에 올라탄 사람들이 두 손으로 신을 그려보지
만 이내 슬품이 신을 덮는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들.
에겐 이상하게 어깨가 없다.
찌그러지고 때 묻은 트럭은 세월을 등에 업고 생
의 마지막 질주를 했다, 낙오한 사람들은 어느새 세
월의 등에 올라타 있었고.
도시는 어두웠고 트럭은 주저앉았다.
낙오자들을 뿔뿔이 골판지 같은 골목으로 사라졌
다. 주저앉은 트럭은 도시와 아주 잘 어울렸다.그렇
게 밤이 왔다. 이미 어두웠지만 트럭은 어두워지지
않았다. 안녕, 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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