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용리로 들어가는 길은 늘 설랜다.
어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행이 되어준 k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는데
소풍가는 어린 아이마냥 들떠서 자꾸만 말이 많아졌다.
이대로 어디론가 떠났으면 했다.
journey 라는 단어 때문인가?
후용예술센터에 도착을 했다. 아직 30분이나 남았다.
늘 그렇듯 공연장 주변을 기웃거렸다.
입장불가인 소극장 안을 제외하고...극장 담벼락에 그려진 타이틀이 예쁘다....
저걸 보니 더 떠나고 싶어진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 너무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발자국과 낡은 구두가 내 것이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맑은 아이얼굴을 한 원영오대표는 여전히 해맑은 아이 얼굴이었다.
젊은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가 더 잘 어울린다 원대표는...
동방의 햄릿을 보고 해머로 얻어 맞은 듯한 충격이 생생하다.
이런 연극도 있었구나....그런..
이후 난 노뜰의 팬이 되었다. 그것도 열성팬!
공연이 끝나면 배우들과 함께하는 노뜰 뒷풀이도 빠트릴 수 없는 즐거움 중에 하나다.
사진으로 남았다. 익숙해서 편안한 얼굴들과 글로벌한 교류의 흔적들이 판넬에 가득하다.
후용예술센터에서는 체험프로그램과 교육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다양한 국제교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그 결과물은
공연형태로 자주 올라왔다.
연극 낯설다 혹은 someone on a journey 공연장으로 입장했다.
이번 공연은 일본 쿄토의 비영리활동법인인 아틀리에 게켄과 노뜰의 공동작업으로
진행되었으며 타나베 쯔요시의 극본을
기무라 노리꼬가 번역하고 원영오의 연출로 무대에 올려졌다.
낯설다는 스텝과 출연진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골고루 섞여 작업한 말그대로 공동작품이었다.
먼저 교토 아틀리에 게켄에서 공연을 했고 25,26 일 원주공연,
그리고 7월 2일 부터는 서울 연우무대에서 공연이 이어진다고 한다.
노뜰의 스텝과 배우가 한국과 일본은 오가며 작품을 준비하고 4월 교토에서 리허설을 거쳐 무대에 올린 작품을
한국에서 공연하고 내년에는 일본 내 투어로 이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연극 낯설다는 양국의 배우들이 한국어로 또는 일본어로 통역없이 진행된다.
언어의 낯설음이 주는 낯섬 또한 낯설다에 한 장치로써 역할을 다한다.
낯설다는 이런 줄거리로 이런 질문을 던지다.
시대와 공간이 명확하지 않은 전후의 어느 나라에 이방인으로 남겨진 세 자매가 동족 고향으로 가기 위해
그들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줄 큰아버지를 찾아 사막을 건너 천신만고 끝에 다다른 큰아버지의 집,
그들이 큰아버지의 집이라 믿고 찾아간 곳은 큰아버지의 집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들의 자매라고 나타난 한 여자, 그리고 또 한 여자
세 자매는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녀들은 자매라고 주장한다.
그녀들이 세자매임을 증명해야하지만 증명하려고 하면 할수록
세자매는 서로의 기억마저 엇갈린다.
어떻게 무엇을 증명할 수 있을까?
세 자매 혹은 다섯자매 일지도 모르는 자매들의 자기 존재 찾기,
자신이 자신이라는 존재를 증명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기억일까 증거일까?
기억은 왜곡되고 증거는 진정한 증거일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일까?
이런 여러 가지 생각으로 연극이 끝난 무대를 바라보는 심정이 참 복잡해졌다.
노뜰의 연극은 언제나 불편하게 한다.
그것은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질문에 답을 찾게 하는데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공연도 예외는 아니었다.
배우들의 열연도 인상적이었지만
노뜰의 공연답지않게 많았던 대사에도
관객들은 답답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서로 다른 언어로 소통하는 배우들을 보는 지켜보는 일이 쉽지많은 않아서 일것이다.
한국어를 한 마디도 못하던 일본할머니와 일본어를 한마디로 못하는 내가
오사카의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판 기억을 떠올리며
소통하는 데는 언어 보다는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은 올때와는 달리 말이 없어졌다.
같은 길을 되밟아 갔지만
나와 동행한 k는 서로의 생각에 몰입해버려 말을 잃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공연을 봤지만
우리의 생각은 같았을까?
갑자기 친숙하게 느꼈던 k가 낯설어졌다.
혹시 이 공연이 궁금하다면 7월2일 부터 11일까지 서울 대학로의 연우극장으로
나들이해 보는 것도 좋겠다. 좀 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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