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good/책상앞에서

봄이 주는 선물- 강원일보 ,오솔길 에서

shiwoo jang 2010. 4. 13. 01:28

 

 

 

봄이다. 정말 봄이 온 것 같다. 삼월이 다 가도록 폭설과 비가 엇갈려 내린 끝이라 햇살이 더없이 환하게 느껴진다.
들녘은 달게 자고 일어난 아이 같이 푸릇하다. 날씨 탓일까? 차안이나 도서관에서 조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뜨인다. 조는 사람은 무방비하다. 곤하게 잠자는 사람의 굳은 표정을 본 적이 없다. 잠이 부족한 사람들은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아이건 어른이건 잠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학원, 과외다 해서 밤늦게까지 바깥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다.

 아이는 잠을 자면서 키가 큰다. 호르몬 주사나 성장촉진제보다 키 크는데 가장 좋은 약은 잠이다. 잘 자고 일어난 아이의 말간 얼굴처럼 예쁜 모습을 본적이 없다. 잠 좀 푹 재웠으면. 그래서 병색인 얼굴을 봄 햇살처럼 말간 얼굴로 되돌려 놓았으면 싶다. 어른도 예외는 아니다. 야근, 2·3차로 이어지는 술자리로 만성피로에 찌들어 있다. 셰익스피어는 맥베스에서 `잠은 엉클어진 근심을 정리해 주고 지친 일상과 고된 노동을 쉬게 하며 다친 마음을 아물게 하는 위대한 자연의 두 번째 과정으로, 삶이라는 잔치의 주된 밑거름'이라고 했다.
 우리는 위대한 자연의 두 번째 과정을 기꺼이 즐겨야 하지 않을까? 졸리면 자야 하고 졸리는 사람은 재워야한다. 잠은 사람을 무장해제시킨다. 잠은 세상을 평화롭게 한다. 논 근처에서는 저녁에 불을 꺼야 한다고 한다. 벼도 잠을 잘 자야 잘 자란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의 밤은 깊은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사방이 환한다. 불빛이 환할수록 우리는 점점 잠을 잃어간다. 불빛을 좀 낮추고 조금 일찍 잠을 청해보자.
 오비디우스는 변신 이야기에서 `오, 잠이여. 네 안에서 모든 만물은 안식과 신들이 주는 최고의 평화를 찾는다. 네 안에서 마음은 누그러지고 근심은 달아나며 고된 노동으로 고단해진 팔다리는 위로를 받아 새로운 내일을 위해 다시 기운을 얻는다'고 노래한다. 잠은 위로고 평화다. 나른한 봄날 오후 낮잠은 휴식이고 축복이다. 춘곤증은 봄이 우리에게 주는 기분 좋은 선물은 아닐까? 꿈이라는 덤이 있는.


장시우시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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