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사진관이 있는 동네

찾아가는 음악회- 첫동행

shiwoo jang 2008. 3. 23. 10:30

사인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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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인해 주세요!"

장난끼가 가득한 아이의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 살짝 스쳤습니다.  귀밑이 좀 불어진 것도 같네요.

쭈뼛쭈뼛 공연을 마친 단원들이 쉬는 급식실 앞 유리 문앞에서 서성이던 아이들이 친구의 등을

떠밀어 들어와 사인을 청합니다.

" 누구에게 사인 받고 싶은데?"

아이는 솔로로  Non Piu andrai를 부른 신입단원 이하석을 지목했습니다.

당황한 이하석 단원의 주위에 있던 단원들의 부러운 섞인 야유가 쏟아졌겠지요.

"또, 저 선생님도요..."

갑자기 사인회 분위기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십대 봄날같은 청춘들이 만들어 낸 무대는 환하고 힘있고 아름다웠습니다.  그환한 기운이

수줍고 어린 청중들의 발걸음을 그들 가까이 불러낸 것이지요.

아직 땅속에서 망설이고 있는 봄기운이  푸르고 싱싱한 선율에 기지개를 켜고 일어날 것 같은

그 작지만  예쁜 음악회는  3월 18일 신림초등학교의 아이들을 매료 시켰습니다.

원주시립합창단의 찾아가는 음악회는  아이들을 행복한 합창의 세계로 이끌어주었습니다.

귀에 익숙한 '보리밭'을 시작으로 '바위고개'로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른스럽게 보였습니다.

이 아이들이  푸른 드레스와 턱시도로 성장을 한 합창단의 공연을 접할 기회가 흔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번 음악회는 매력적인 공연이었겠지요.

'이 쥐가 저 쥐의 꼬리를 물고 '라는 재미있는 곡에서는 아이들의 귀는 한층 쫑긋해지고 눈은 더욱 초롱해졌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노래가 있을까 하는 표정으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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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듯 아이들은 몰입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정말 구수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 주는 듯 들렸습니다.

멋진 목소리의 솔리스트에겐 이미 팬부대가 생긴 것 같습니다.

클래식 음악이 어렵고 난감한 것만은 아니구나. 재미있기도 하구나... 아이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학교까지 찾아와 고운 목소리 멋진 목소리로 노래를 들려준 단원들이 아이들 눈에 어떻게 비쳤을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단원들에게 선물해준 환한웃음이 말해주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아이들이 들어올 때 조금은 긴장했던 모습들이 공연장을 나설때는 활짝핀 꽃다발 같았습니다.

신입단원인 소프라노 이미경 단원의 솔로 '꽃 구름 속에'와  바리톤 이하석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에서

'더 이상 못날으리 (non piu andrai)"는 아이들을 봄바람 속에서 흔들리게도 했고  나비가 되어 폴폴

날아가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봄향기가 폴폴 날 것 같은 노래들이 아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지 않았을까요?
레퍼토리도 오페라와 뮤지컬, 가곡을  골고루 맛볼 수 있게 다양하게 준비했나 봅니다.

합창단의 노래를 듣고 땅속에서 망설이던 봄새싹들이 아름다운 선율이 궁금해서 고개를 내밀지 않았을까요?

따뜻하고 날아 갈듯 환한 날씨 속에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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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을 부르는 합창단의 연주가 끝나고 아이들은 한결 환해졌습니다.

앙콜 곡으로 ' 이 쥐가 저 쥐 꼬리를 물고'를 한번 더 듣고 나서는 아이들은 "이 쥐가 저 쥐의 꼬리를 물고...."

그렇게 흥얼거리며 강당을 나섰습니다. 무대 뒤로 사라진 합창단의 안부가 궁금한 듯 목을 길게 빼고 무대 뒤를

한동안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에서 아이들이 가슴으로 느꼈을 감동이 감지되기도 했습니다.

"와... 멋졌어요"

"이렇게 노래 듣는 것 처음이었어요."

" 이 쥐가 저 쥐의 꼬리를 물고......."

아이들의 흥얼거림은 그렇게 이어졌습니다.

20대 에너지 넘치고 청량감있는 목소리가 만든 무대는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푸른 기운을 전해줍니다.

창단 20년의 내공과 탄탄함과 20대의 자신감이 만들어 내는 멋진 소리를 가진 원주시립합창단은 이미

그 무대를 기다리는 많은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주시립합창단은 1988년 5월 31일 창단한 이후 많은 공연을 펼쳐왔습니다. 초대 김은식 지휘자를 이어 현재

정남규 지휘자와  더불어 정기공연과 특별공연 등을 통해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시민과 어린이에게 조금더 가깝고 쉬게 음악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3월 27일에는40회 정기연주회가 예정되어있고 다음달 4월 2일에는 금대초등학교에서 찾아가는 음악회를  기획하고

있답니다.

사방에서 꽃망울 톡톡 터질 봄날을 기다리며 신이 내린 최고의 악기라는 아름다운 목소리에 귀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름다운 봄에 빠져들고 싶은 분은 금대초등학교를 슬쩍 찾아가 아이들의 맑고 투명한 웃음이 가득한

운동장을 걸어들어가  귀기울여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마치 봄나들이 하듯....

아마 돌아오는 길에선 노래 한소절 흥얼거리며 걸어나오게 될겁니다. 아이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