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윤제림
나 어릴 때 학교에서 장갑 한 짝을 잃고
울면서 집에 온 적이 있었지
부지깽이로 죽도록 맞고 엄마한테 쫓겨났지
제 물건 하나 간수 못하는 놈은
밥 먹일 필요도 없다고
엄마는 문을 닫았지
장갑 찾기 전에 집에 들어오지도 말라며
그런데 저를 어쩌나
스리랑카에서 왔다는 저 늙은 소년은
손목 한짝을 흘렸네
몇 살이나 먹었을까 겁에 질린 눈은
아직도 여덟 살처럼 깊고 맑은데
장갑도 아니고 손목을 잃었나
한하운처럼 손가락 한 마디도 아니고
발가락 하나도 아니고
손목을 잃었네
어찌할거나 어찌 집에 갈거나
제 손목도 간수 못한 자식이
저 움푹한 눈망울을 닮은
엄마 아버지 아니 온 식구가 아니
온 동네가 빗자루를 들고 쫓을 테지
손목 찾아오라고 찾기 전엔
돌아올 생각도 하지 말라고
찾아보세나 사람들아
붙여보세나 동무들아
고대로 못 붙여 보내면
고이 싸서 동무들 편에 들려 보내야지
들고 가서 이렇게 못쓰게 되었으니
묻어버려야 쓰겠다고
걔 엄마 아버지한테 보이기라도 해야지
장갑도 아니고
손목인데
-오만하고 거만한 우리의 모습이 보여 참으로 부끄러워졌습니다.
이 시로 인해 더러 더러 보이는
이방인들을 이방인이 아닌 우리로 받아들일 때
내 아이를 보는 엄마의 눈으로 늙은 소년을 바라 볼 때,
세상을 따뜻한 손으로 다 감싸 안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따뜻한 눈길로 먼데서 온 아이들을 바라 보아야겠습니다.
나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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