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손목- 윤제림

shiwoo jang 2007. 11. 19. 22:53

손목

 

                   윤제림

 

 

나 어릴 때 학교에서 장갑 한 짝을 잃고

울면서 집에 온 적이 있었지

부지깽이로 죽도록 맞고 엄마한테 쫓겨났지

제 물건 하나 간수 못하는 놈은

밥 먹일 필요도 없다고

엄마는 문을 닫았지

장갑 찾기 전에 집에 들어오지도 말라며

 

그런데 저를 어쩌나

스리랑카에서 왔다는 저 늙은 소년은

손목 한짝을 흘렸네

몇 살이나 먹었을까 겁에 질린 눈은

아직도 여덟 살처럼 깊고 맑은데

장갑도 아니고 손목을 잃었나

한하운처럼 손가락 한 마디도 아니고

발가락 하나도 아니고

손목을 잃었네

 

어찌할거나 어찌 집에 갈거나

제 손목도  간수 못한 자식이

저 움푹한 눈망울을 닮은

엄마 아버지 아니 온 식구가 아니

온 동네가 빗자루를 들고 쫓을 테지

손목 찾아오라고 찾기 전엔

돌아올 생각도 하지 말라고

 

찾아보세나 사람들아

붙여보세나 동무들아

고대로 못 붙여 보내면

고이 싸서 동무들 편에 들려 보내야지

들고 가서 이렇게 못쓰게 되었으니

묻어버려야 쓰겠다고

걔 엄마 아버지한테 보이기라도 해야지

장갑도 아니고

손목인데

 

 

 -오만하고 거만한 우리의 모습이 보여 참으로 부끄러워졌습니다.

이 시로 인해 더러 더러 보이는

이방인들을 이방인이 아닌 우리로 받아들일 때

내 아이를 보는 엄마의 눈으로 늙은 소년을 바라 볼 때,

세상을 따뜻한 손으로 다 감싸 안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따뜻한 눈길로 먼데서 온 아이들을 바라 보아야겠습니다.

나 부터.....

 

 

'poem > 時雨의 시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의 결가부좌- 이문재  (0) 2008.07.07
누에- 송재학  (0) 2007.11.27
나 한때 - 김지하  (0) 2007.11.05
세월이 가면  (0) 2007.11.01
조롱박- 울음 유종인  (0) 2007.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