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조롱박- 울음 유종인

shiwoo jang 2007. 10. 25. 21:41

조롱박

 - 울음

 

                       유종인

 

새끼 조롱박에 귀를 댄다

푸루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갈수록,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울먹울먹하게 들렸다 그

소리 때문에 조롱박은

제 몸을 자꾸 밖으로 넓혀갔다

안에서 나는 소리를

밖에서 듣지 못하도록 조롱박은

허리를 졸라가며  몸을

밖으로 밀어냈다, 그 새끼 조롱박

어느날 더 이상 몸 불릴 수 없는

다 큰 조롱박이 되었지만...

 

가슴에 둔 귀는 어쩔 수 없다

침묵은 커져만 갔다

 

쪼개면 하얗게 타버린 소리들,

쭉정이로 마른 속씨들

잇몸이 다 들떠 있었다

 

 

 

 

-읽다가 제가 울먹울먹 해져,

마치 제가 조롱박인 양

자꾸만 귀 기울입니다.

안에서 나는 소리 듣기가 쉬울까요?

밖에서 나는 소리가 쉬울까요?

세상을 향해 귀를 여는 일도

내 안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일도 쉽지는 않아요.

먼저 열어야할 것이 있으니까요

잇몸이 다 들떠 있을 만큼 힘들었을 나에게, 이웃에게

귀 기울여야겠습니다.

아픈 속내가 너무 선명해서 쓰라린 시지요? 이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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