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사진관이 있는 동네

만우절, 황사, 봄나들이

shiwoo jang 2007. 4. 2. 21:22

어울리지 않은 단어들의 조합이지요?

황사가 심한날 봄나들이한다는 것은 지극히 농담같은 이야기일까요?

아무튼 그랬습니다.

오래전 부터 약속한 봄나들이를 취소할 수 없어 나선길이었습니다.

황사가 심한탓에 가시거리에 있는 모든 사물은 온통 뿌옇게...

그럼에도 조심히 차를 몰아 대전 아주 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다른 일행들은 서울에서 버스로 출발하신다고 하셨고....

 대전 아주미술관에서 istanbul rainbow 이라는 주제로 기획된 전시장 풍경입니다.

미술관의 박은희 큐레이터의 디테일한 설명을 들으면서 그저 기하학적 무늬라는 다른 생각 덧붙이지 않고 보아왔던 카펫에 또 다른 의미를 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풍경은 터키 여행지에서 봐왔던 캐러번 사라이의 손님접대용 공간을 재현해 놓은 듯...익숙한 풍경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카이스트에 유학 중인 터키 유학생들에게서 터키커피와 차이, 사과차를 대접 받기도 했습니다.

터키인들의 한국 짝사랑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 정도로 많은 분들이 알고들 있지요. 터키여행 중에 느꼈던 터키사람들의 따스함이 새삼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이른 아침 영하의 강추위에서 코냐에서 만났던, 따스하게 나를 안아주셨던 아주머니의 넉넉한 미소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 어떤 기억보다

사람에 대한 기억이 오래 간다는 것 다시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이희수 교수님의 터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강의를 듣기도 했습니다.  낯익은 풍경이 나올 때면 반갑기도 했었고요... 올 여름 한터키 수교 50주년 방문때 따라 나서고 싶은 충동이 강렬하게....

 우리 모임의 대장이신 이시형 박사님의 짧은 강의도 있었고....

 

 잘생긴 터키청년의 환한 웃음으로  덩달아 화사하게 웃을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터키 의상을 차려입고 우리를 기다려 주고 따스한 차 한잔으로 몸과 마음을 녹이게 해줬던 두 사람의 이름을 금방 잊어버렸지만 다음에 또 만나면 메르하바... 하고 인사할 수 있겠지요.

 진천 보탑사에서 대목수이신 김영일님의 한국 고건축에 대한 강의- 전통 가옥과 사찰에 대해 깊이 있는 강의와 설명을 들으면서 다시한번 우리 선조의 지혜로움에 감탄하는 시간도 갖기도 했습니다. 김영일님께서는 우리 전통 가옥을 계승하고 복원 시키는 아주 귀한 일을 하시는 분이지요.  봄나물 뜯기 계획과 달빛구경은 짙은 황사로 취소했지만 이시형박사님의 영성에 대한 강의에 귀기울이고 저녁 공양을 맛있게 먹고 돌아왔습니다. 모두들 한차에 오르셨지만 저만 혼자 차를 몰아 왔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엔 서울에 올라가서 내려오는 한이 있어도 함께 해야겠다는...

아무튼  만우절, 황사, 봄나들이 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 틈에서... 4월의 첫날을 보냈습니다.

이만 하면 첫 단추 잘 잠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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