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사진관이 있는 동네

사소한 사치

shiwoo jang 2007. 3. 17. 16:41

 

가끔 서울 나들이 길에 빠짐 없이 들리는 곳이 있습니다. 가능한 시간을 쪼개서

인사동을 꼭 들려서 오지요. 그림 구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림구경을 위해서라면  인사동이

아니어도 썩 괜찮은 곳이 많으므로 굳이 인사동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요.

인사동은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모여있어 한꺼번에 다른 분위기의 그림을 살펴볼 수 있다는

좋은 점 말고도 골목골목 풍경이 아기자기하고 정답습니다. 물론 규모가 큰 건물이 많아지고

예전 같지 않지만 낮은 담장의 집들이 이마를 맞대고 서로를 지탱하는 풍경도 그렇고 골목마다

작고 소박한 물건들이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꼭 제자리처럼 앉아 있어서 그럴겁니다.

지난 금요일에도 저는 서울 나들이 길에 올랐습니다. 꼭 가야할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일을 만들어 간길이었으므로 시간 여유가 있었던 셈이지요.

그날 전 아주 사소한 사치를 부렸습니다.  그날 저의 장바구니를 보실래요?

 

작은 메모리 북- 요즘 깜빡 증후군이 심해져서 메모하지 않으면 잘 잊어버려서요. 작은 손가방에 넣고 다니기 좋을 듯해서요... 연필까지 딸려있어서 급히 메모할 때 더 유용한 듯해서요.

패블릭 카드지갑- 빈티지 느낌이 나서 느낌이 좋아요. 카드와 포인트 카드만으로도 불룩해지는 지갑이 부담스러워 카드만 따로 먾어 다니면 좋은 듯해서요

명함지갑- 원래 용도는 교통카드 지갑으로 나왔는데요 작아도 수납 공간이 많아서 명함지갑으로 쓰면

더 좋을 듯해서 그럴려고요

핸드폰 홀더랑 반지- 요건 정말 사치스러운 건데요... 내용을 알고보면 덜 사치스러워 보일 수도 있어요.

인사동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데 막 전을 펼치는 젊은 친구가 있었어요. 다 도자기 제품이라 준비를 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던데요. 풍경, 찻잔, 핸드폰 홀더 반지 등등....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더군요. 친구와 둘이 작업한 것이라고하던데요 저 핸드폰 홀더의 컵도 물레를 돌려 만든거라고요. 반지의 문양도 직접 그린 것이라고... 도자기 풍경까지 탐내다가 들어야할 짐이 많아져 고민하는데 다음에 와서 사라고요... 늘 그자리에 있을거라면서요. 맘이 이뻐서 도저히 그냥 올 수 없어서 부피 없는 것, 아주 작고 사소한 것 두개를 골라 왔습니다. 제가 첫 손님처럼 같아서요.

 그러고 보면 제가 고른 것들은 작지만 손이 많이 가는 것들이이군요. 가죽제품보다는 패블릭을 선호하고... 제가 쇼핑한 물건을 보면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보입니다.

아주 사소한 사치를 좋아하나 봅니다. 저는...

그밖에도 교보에 들러 문구류랑 부피 덜 나가는 책 몇권 골라왔고 나머진 책 목록만 적어 왔습니다. 책은 무게 만만치 않아서 들고 다니기 부담스럽거든요. 책 구입은 주로 인터넷 서점을 애용하는 편이라....

 

 

옐로우팬슬- 아주 오래전 부터 애용하던 연필입니다. 어린시절 미군부대 군무원으로 근무하던 부모님을 둔 친구가 있어 그 친구가 나눠줘서 쓰곤 하던 연필인데... 그 친구는 6학년 때 이민 갔지만 이 연필은 그 친구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인지 그냥 지나치지 못하네요.

계산기- 사칙연산을 제대로 못하는, 두자리만 넘으면 헷갈리는 저인지라.... 비누 만들 때 비누값 계산하는데 필수죠. 전자사전은 자판이 달라서 더 헷갈리고....복잡한 계산은 안해도 되니까 잘 고장 나지 않는 것으로 달랬더니 저 제품을 권해주더군요.

드로잉 펜- 남들은 그림을 그리는 저 펜으로 저는 글을 씁니다. 그냥 손에 잡히는 느낌도 좋고 필기감도 좋아서요.

작은 나무집게- A4용지 몇 장씩 짝 지울때 쓰면 좋을 것 같고요 작은 로프를 매달아 끝을 고정 시키고 메모지 걸이로 유용할 듯....

 이렇게 아주 사소한 사치를 부렸습니다. 별거 아니지만 이런 것들이 저를 미소짓게 합니다. 왠지 부자가 된 느낌도 들고요. 그래서 제 사소한 사치는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이 계속 되면 이건 사소한 사치가 아니라 심각한 사치가 아닐까.... 뭐 이런 생각하면서 제 과소비(?)를 반성하는 척 합니다.

그런데 제가 정말 과소비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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