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사진관이 있는 동네

거목 쓰러지다

shiwoo jang 2006. 11. 14. 22:03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을 걸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월정사 전나무 숲은 휴일을 맞은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해보였습니다.

전나무 숲은 아름드리 전나무들이 오래전 부터 그 숲을 지켜온 터라

언제 찾아가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같은 터줏대감으로 그 자리에 있어

늘 편안하고 한편 어렵기까지 한 곳이었습니다. 제게는...

그 나무어른이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저절로 외경심이 생겨서겠지요.

그런데 그 오랜 세월 이 숲을 지탱해온 거목이 쓰러져있었습니다.

휑하니 빈속을 다 드러내고....

그 속을 보는 심정이라니...

의지처로 삼았던 큰 어른이 세상을 떠난 것 처럼 슬프고 아팠습니다.

이 상실감은 저만 느끼는 것이었을까요?

그날 전 돌아와서도 한동안 마음 둘곳 없어서 집안을 서성였습니다.

사람만 쓰러지고 가는 것이 아니었군요.

촛불을 켜고 앉아 가만히 돌아간 큰 나무의 안부를 묻습니다.

큰 어른을 조문하듯...

'on the road > 사진관이 있는 동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뜰, 아주 특별한 그곳  (0) 2006.12.17
만해마을 나들이... 덤으로 백담사까지..  (0) 2006.11.28
가을 길  (0) 2006.11.06
갑자기..  (0) 2006.10.23
불꽃놀이  (0) 200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