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을 걸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월정사 전나무 숲은 휴일을 맞은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해보였습니다.
전나무 숲은 아름드리 전나무들이 오래전 부터 그 숲을 지켜온 터라
언제 찾아가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같은 터줏대감으로 그 자리에 있어
늘 편안하고 한편 어렵기까지 한 곳이었습니다. 제게는...
그 나무어른이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저절로 외경심이 생겨서겠지요.
그런데 그 오랜 세월 이 숲을 지탱해온 거목이 쓰러져있었습니다.
휑하니 빈속을 다 드러내고....
그 속을 보는 심정이라니...
의지처로 삼았던 큰 어른이 세상을 떠난 것 처럼 슬프고 아팠습니다.
이 상실감은 저만 느끼는 것이었을까요?
그날 전 돌아와서도 한동안 마음 둘곳 없어서 집안을 서성였습니다.
사람만 쓰러지고 가는 것이 아니었군요.
촛불을 켜고 앉아 가만히 돌아간 큰 나무의 안부를 묻습니다.
큰 어른을 조문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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