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세상을 걷다- 아시아

가나자와에서 보낸 나흘- 21세기 미술관에서 부토와 마주치다

shiwoo jang 2014. 10. 10. 20:52

 

가나자와에 12시 쯤 도착했다.

예약한 호텔이 역에서 3분 거리라고 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눈에 뜨이지 않았다 가나자와역 구내로 들어가  관광안내소를 찾았다.

지도에 표시를 해가며 친절하게 알려준 덕분에 쉽게 호텔을 찾아갔다.

예약한 도미인 가나자와는 비즈니스호텔이라 관광객 뿐아니라 일본인들도 자주 이용하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곳이라고 했다.

호텔로비에서 보이는 정원에는 투명한 조각 작품이 있어 인상적이었다.

체크인 시간이 3시여서 리셉션에 캐리어를 맡기고  가나자와에서 첫 행선지를  21세기 미술관으로 정했다.

미술관은 그 다음날이 휴관일이라 제일 먼저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호텔을 나와 가나자와 주유버스를 타고  21세기 미술관으로 향했다.

가나자와 주유버스는 각각 정해진 노선을 순환하는  버스로 1회 승차시는 200엔이지만

500엔하는 1DAY티켓을 사면 하루 동안 무한 승차할 수 있다.

이 티켓으로  후라토 버스와 노선 버스는 탈 수 없고 6시 30분 전후에 운행이 끝난다.

이동 거리를 짧지만 가야할 곳이 많은 관광객에게는  유용한 티켓이라

우리도 그 티켓을 사서 이동했다.

가나자와 주유버스는 깜찍하고 색상 또한 산뜻해서 버스를 타면 왠지 즐거워진다.

또한 버스 기사 대부분이 여성이라 작고 예쁜 버스와 잘 어울렸다.

 

 

21세기 미술관에 도착해서 버스에 내리는 순간 깜짝 놀랐다.

미술관 정면에서 미술관을 무대로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그 공연이 부토였다.

부토는 일본 춤의 일종인데  사랑후에 남겨진 것들 이라는 영화에서

 부토를  본 기억이 있었으나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부토는

일본의 전통 예술인 노[能]와 가부키[歌舞伎]가 현대 무용과 만나 탄생한  춤이다.

  화려하지 않고 아방가르드한데  징그럽고 흉물스러운 육체로 춤을 춘다.

이는  아름다운 것만이 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무용수들이  얼굴을 하얗게  칠한 것은 몰개성을 나타내며 주로  사랑과 죽음을 다루는데,

 암흑의 춤 혹은 죽음의 춤이라 불리며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창시자는 히지카타 다쓰미와 오노 가즈오로 알려져 있다.

춤을 춘 무용수가 누군지 모르겠으나  그 비주얼만으로 충격이었다.

 

 

 

 

공연에 대한 사전 정보와 지식 없이 마주친 부토는 한마디로 컬쳐 쇼크였다.

너무나 강렬한 마주침이어서 가나자와를 떠올릴 때면

이 부토가 먼저 떠오른다.

일요일의 21세기 미술관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는데

미술관으로 향하던 사람들 대부분 발길을 돌려 이 공연을 지켜보았다.

 

 

 

부토는 몇 시간이고 이어졌는데

좀처럼 발길을 옮길 수 없었으나 여행자의 갈길을

일없이 바쁘기도 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미술관으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공연도 인상적이었지만

공연을 위해 미술관 전면을 내어줄 수 있는 미술관 행정 마인드 또한  부러웠다.

부토 뿐 아니라  다양한 퍼포먼스가

21세기 미술관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이분은 연세가 지긋해 보였고 키도 그다지 크지 않았는데

그 분위기며 아우라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 분과는  뒷날 또 마주쳤다.

 

 

부토 공연을 보다가 몇시간 동안 미술관을 둘러보고  미술관 뒷쪽으로 갔는데

여성 무용수가 마침 기모노로 갈아입고 나왔다.

가나자와에서 마주친  첫 문화적 충격이 부토 였다.

얄팍한 지식이지만 부토에 대해 알았기에

그 분위기를 알고 봤지만 그런 사전 지식 조차 없었다면

그 중격의 파장이 얼마나 컸을까?

부토는  강렬한  인상 만큼이나 오래 각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나자와는 뭔가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