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good/책상앞에서

강원일보 오솔길- 즐거운 상상

shiwoo jang 2010. 6. 16. 15:18

[오솔길]즐거운 상상

 

그곳은 좀 한적한 곳이면 좋겠다. 한산하고 평온해서 특별할 것도 없는 작은 마을에 어느 날부터 크고 작은 서점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하면 좋겠다. 나무서점, 반디서점, 쉼표서점 같은 이름도 정겨운 책방들이 나란히 낮은 지붕을 맞대고 있다면. 그래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면 좋겠다.


유럽의 여러 책마을처럼 책을 찾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책마을이 강원도 어디쯤 있다는 소문이 있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 마음에 두는 곳이 되고 성지 순례하듯 한 번쯤 다녀갈 꿈을 꾼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그 작은 마을은 주말이나 휴가철이면 희귀본이나 오래된 책을 찾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구하기 힘든 책이나 신간에 대한 책 정보가 넘쳐나서 책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로 즐거운 소란이 이는 그런 마을이 되면 좋겠다.


그곳에선 아이들의 손을 잡은 젊은 부부들이나 젊은 연인들이 서로에게 선물할 책을 고르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 이야기, 서평, 감상평 같은 책 이야기들이 가득해서 남의 험담이나 가십이 아닌 기분 좋은 수다들로 가득해서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도 즐거워지는 곳이 되면 좋겠다.


가끔 인기작가의 강연과 사인회, 책 낭독회가 열리고 책을 원작으로 삼은 연극이 공연되고 책 벼룩시장이 수시로 열려 엄마 아빠를 따라나선 어린아이가 제가 보던 그림책과 다른 책을 바꾸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사달라고 떼 부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어쩐지 그곳은 숨 쉬는 공기마저 다를 것 같아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마을이 되지 않을까?


나는 그런 상상을 하면서 누구나 가방을 열면 책 한 권이 들어있는 사람들이 사는 책마을을 꿈꾼다. 내가 사는 이곳 강원도에 그런 마을이 있어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 내 마음에 마을을 하나 지어보곤 했다.


그런데 우연히 평창 사는 한 시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그의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그려진 청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놀란 적이 있다. 나는 그 시인의 꿈에 기대어 그 책마을이 빨리 현실로 나타나길 간절히 꿈꾸면서 그런 마을이 생긴다면 나도 얼른 가서 작은 책방 하나 열고 싶다. 책방 이름은 `길모퉁이 책방' 이라면 어떨까?


장시우 시인·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