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박
- 울음
유종인
새끼 조롱박에 귀를 댄다
푸루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갈수록,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울먹울먹하게 들렸다 그
소리 때문에 조롱박은
제 몸을 자꾸 밖으로 넓혀갔다
안에서 나는 소리를
밖에서 듣지 못하도록 조롱박은
허리를 졸라가며 몸을
밖으로 밀어냈다, 그 새끼 조롱박
어느날 더 이상 몸 불릴 수 없는
다 큰 조롱박이 되었지만...
가슴에 둔 귀는 어쩔 수 없다
침묵은 커져만 갔다
쪼개면 하얗게 타버린 소리들,
쭉정이로 마른 속씨들
잇몸이 다 들떠 있었다
-읽다가 제가 울먹울먹 해져,
마치 제가 조롱박인 양
자꾸만 귀 기울입니다.
안에서 나는 소리 듣기가 쉬울까요?
밖에서 나는 소리가 쉬울까요?
세상을 향해 귀를 여는 일도
내 안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일도 쉽지는 않아요.
먼저 열어야할 것이 있으니까요
잇몸이 다 들떠 있을 만큼 힘들었을 나에게, 이웃에게
귀 기울여야겠습니다.
아픈 속내가 너무 선명해서 쓰라린 시지요? 이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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