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good/책상앞에서

그림에 관한 전설

shiwoo jang 2007. 5. 26. 21:28

 옛날 바그다드에 한 칼리프가 있었다.

그는 자기 궁전의 접빈실 양쪽벽을 장식하고 싶었다.

그래서 화가를 동방과 서방에서 각각 한 명씩 오게 했다.

첫번째 사람은 중국의 유명한 화공이었다.

그는 칼리프의 궁전에 오기 전에는 한 번도 자기의 고장을 떠나 본 적이 없었다.

두번째 사람은 그리스인으로 이 나라 저 나라를 두루 다녀보고

언어란 언어는 모두 할 줄 아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화가 일 뿐 아니라 천문,물리, 화학,건축 등에도 조예가 깊었다

칼리프는 두 화가에게 자신의 의도를 설명하고 접빈실 양쪽 벽을 각자 하나씩 맡게했다.

 " 그대들이 작업을 끝내면, 조정의 신료들이 성대하게 한자리에 모일거요.

그들이 그대들의 작품을  살펴보고 견주어서 어느 쪽이 더 아름다은지를 품정할 것이고

이긴 사람은 아주 큰 상을 받게 될 것이오."

 그런 다음 칼리프는 그리스인을 돌아보며 벽화를 완성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느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그리스인은 알쏭달쏙안 대답을 했다.

 " 소인의 중국인 동료가 작업을 끝내면, 소인의 작업도 끝나 있을 것이옵니다."

그러자 칼리프는 중국인에게 물었다. 그는 석 달의 기한을 요구했다.

 " 좋소. 그대들이 서로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장막을 쳐서 이 접빈실을 둘로 나누도록 하겠소.

그리고 석 달 후에 다시 만나는 거요."

 석 달이 지났다. 칼리프는 두 화공을 불러들인 다음, 먼저 그리스인을 돌아보며 물었다.

 " 작업을 끝냈요?"

 그리스인은 알쏭달쏭하게 대답했다.

 " 소인의 중국인 동료가 끝냈다면, 소인도 끝낸 것이옵니다."

 그러자 칼리프는 이번엔 중국인에게 물었다, 중국인은 "끝냈사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 다음 다음날 칼리프와 조정의 신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은 성대한 행렬을 지어 그림을 품평하기 위해 접빈실로 향했다.

행렬은 웅장하고 화려했다. 어디를 봐도 조복이며 모자의 깃털 장식, 황금 장신구, 정교하게

세공한 무구들이 보일 뿐이었다., 그들 모두는 먼저 중국인이 맡은 벽 쪽에 모였다.

그러자 터져나오느니 찬탄의 외침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인의 벽화는 꿈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별천지 정원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무에는 꽃들이 만발해 잇고, 강남콩 모양의 작은 호수들 위로 우아한 홍예다리들이

걸쳐져 있는 정원이었다. 아무리 봐도 싫증 나지 않을 낙원의 풍광이었다.

그 매력이 어찌나 대단하던지, 어떤 사람들은 그리스인의 작품을 보기도 전에

중국인을 경연의 숭자로 판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칼리프는 곧 방을 둘로 나누고 있던 장막을 걷게 했다.

군중이 돌아섰다. 그러기가 무섭게 경악의 외침이 터져나왔다.

 그리스 화공은 대관절 무엇을 그렸을까? 그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다.

그저 바닥에서 천장에 이르는 거대한 거울을 설치했을 뿐이다.

물론 그 거울에는 중국인의 정원이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까지 그대로 비쳤다.

그런데 거울에 비친 그 모습이 실제의 그림보다 한결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어떤 점에서 그랬을까? 중국인이 그린 정원은 사람의 자취가 없어 텅 비어 있었다.

그에 반해서, 그리스인의 정원에서는 수를 놓은 조복이며 모자의 깃털 장식, 황금 장신구

정교하게 세공한 무구들을 착용한 화려한 군중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그림 속의

모든 사람들이 이리저리 오가고 손짓발짓을 하고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황홀해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만장일티로 그리스인을 경연의 승자로 판정했다.

 

 

미셀 투르니에의 사랑의 야찬에서 그림에 관한 전설 부분에서 나오는 에피소드이다.

아홉꼭지의 작은 이야기들로 신화와 종교라는 원초적 이야기를 통해 풀어놓은

철학적 성찰의 이야기이다.

때로 옛날 이야기처럼 때로 형이상학이나 존재론에 관한 이야기로 읽힌다.

사랑의 야찬은 철학의 문학의 야찬이다.

잠못드는 밤 맛나게 먹을 것,

천천히 꼭꼭 씹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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