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사진관이 있는 동네

보이체크가 끝난 뒤 무대

shiwoo jang 2006. 7. 24. 23:18


노뜰 공연 보이체크를 보고왔습니다. 오랜만에 내보이는 신작이었습니다.

무대는 야외무대였군요.느래서 좀 늦은 시간에 공연을 시작했지요.

사진은  공연이 끝난 뒤 무대 풍경입니다.

보이체크는 게오르그 뷔히너의 작품을 원영오 연출로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었습니다.

어땠냐고요... 환상이었지요... 노뜰 작품이 늘 그러하듯

최소한의 대사 나머지는 음악과 몸짓언어였고요

이번에는 뒷풀이는 참석 못하고 연극만 보고 돌아왔습니다 서둘러서...너무 늦어서요

보이체크라는 연극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습니다만 노뜰의 보이체크는 기존의 보이체크에서

과감하게 생략하고 군더더기를 잘라낸, 독특한 노뜰만의 색깔로 거듭난 듯 보였습니다.

여러가지 자잘한 에피소드와 함께 시골동네에서의 수준높은 공연이 빚어내는 촌극 또한 부조리

였음을... 그래도 사람 향기가 물씬 풍기는 풍경이었습니다.

여백 많음이 이 극단의 특징이라 저역시 텅빈 무대만 사진으로 올립니다.

나머지는 상상에 맡깁니다.

(이하 인용글)


보이체크는 원하는 것을 단 하나라도 가져본 적이 없는 이발사 출신의 가난한 사병이다. 그는 동거녀 마리아와 아이를 돌보기 위해 낮에는 직업군인으로, 밤에는 들판에서 일하고 그것도 모자라 완두콩만 먹으며 당나귀로의 변신을 꿈꾸는 엉터리 의사의 임상실험용 환자로 살아가지만 가난은 그에게서 떨어질 줄 모른다. 결국 보이체크의 유일한 소유물인 마리아는 군악대장의 유혹에 넘어가고 보이체크는 그녀를 의심하며 괴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보이체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중대장과 의사의 억압과 수탈은 계속되고 환청에 시달리는 보이체크는 더욱 혼란스러워 진다. 절망 속을 허덕이던 보이체크는 마리아를 숲으로 데려가 칼로 찔러 살해하고 자신도 연못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원작에서 뷔히너는 권력과 힘을 가진 가해자들이 이끌어가는 사회의 모순과 그 속에서 자신의 유일한 소유물이었던 마리아를 칼로 찔러 죽일 수 밖에 없었던 피해자 보이체크의 갈등구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의사는 보이체크의 고통과 번민은 외면한 채 그를 실험적 도구로만 바라볼 뿐이며, 보이체크의 상관인 중대장 역시 당면한 현실은 무시한 채 도덕적인 교훈만 떠들어 대면서 말이다. 그러나 부드소프는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이성적인 수직형 대립이 아니라 이 사회를 살고 있는 모든 이들(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을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로 그렸다.
완두콩만으로도 인간을 당나귀로 만들 수 있다며 보이체크의 기본적인 자유마저 빼앗아가는 의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허풍쟁이에 떠벌이다. 중대장은 가난하기 때문에 교회에서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살아가는 보이체크를 도덕성이 부족하다고 꾸짖지만 사실 그 역시 혼미한 술주정뱅이에 불과하다. 그리고 유혹의 선을 넘어버린 군악대장과 마리아, 가진 자가 베푸는 사랑(?)을 거부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는 것에 모두들 동감할 것이다.
이처럼 보이체크를 포함한 극의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으며 행여 이를 들킬까봐 더욱 꽁꽁 싸매고 움츠리는 사람들이다. 결국 그들은 자신의 상처와 아픔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보이체크의 힘겨움을 애써 모르는 척 했고, 결국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살인을 저지르고 말았다. 누군가가 자신을 이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주기를, 자유를 찾아 떠나게 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부드소프가 창조해 낸 보이체크는 바로 우리의 이웃, 내 형제 그리고 바로 나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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