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너무 춥다! 감탄사도 아닌 이 말이 튀어나오는 몹시도 추운 날이었다.
그 동안 겨울답지 않게 따뜻해서,
겨울은 춥다는 것을 잊어버렸는데 겨울은 이렇다는 것을 각인이라도 시키는 것 같았다.
인동갤러리 문을 밀고 들어서자
훈훈한 실내 탓이라긴 너무도 빠른 속도로
따뜻해졌다. 컨셉도 타이틀도 모르고 문을 밀고 들어갔는데
참 따뜻했다. 그림을 보는 순간,
오늘 참 제대로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감으로 번지기 를 한 듯, 유리창을 통해 보는 빛의 번짐,
고요하다.
따뜻하다.
오래 들여다 보고 있으니 편안해졌다.
어쩐지 휴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래, 쉬자 그림을 보면서,,,,
오랜만에 참 따뜻한 느낌의 판화를 만났다.
그리고 욕심이 났다.
눈밝은 누군가가 벌써 찜한 작품도 있었다.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까?
단순한 선과 면...
실루엣만 남은 빛과 환한 그림자.
그리고 참 예쁜 빨강...
작년에 작업한 빛과
오래 시작한 나뭇잎 그림들이라고 했다.
내년 작업은 아무래도 중간쯤, 혹은 이행 과정 쯤 될 것 같다고 이명준 작가는 말했다.
단순하지만 참 많은 이야기를 가진듯 ,
화려하거나 강렬하진 않은 것들이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길 때 부드러운 눈빛으로 볼 때 들어오는 나뭇잎들의 실루엣이
따뜻한 바탕색으로 더 온화하고 따뜻하다.
어떤 그림은 관객을 자극하고
흔들어 깨우는가 하면 어떤 그림은 관객을 토닥토닥 토닥여 준다.
그 토닥거림이 음악처럼 느껴지면서
관객은 무장해제 당하고 무방비하게 착해져버린다.
이명준 작가의 작품이 그런 것 같다.
나는 무방비해져서 나도 모르게 내 이야기를 떠벌떠벌하고 말았다.
형태가 다른 나뭇잎들이
나직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바깥에서 쌩쌩 부는 바람도,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도 어디 먼데 이야기로 생각되었다.
이분 그림 참 몰입하게 한다는 생각!
이명준 작가가 내미는 따뜻한 차 한잔,
그림이야기, 관객으로 온 여학생들에게 들려주던
따뜻한 조언들, 아마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이었던 것 같다.
글쓰는 이와 글이 닮듯이
화가와 그림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 귀 기울이다가,
같이 수다를 더하다가....
전시가 끝나기 전에 갤러리에 들러서
착해진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추위며 세파에 꽁꽁 언 마음들 녹여보는 건 어떨까?
마지막 남은 달력이 아슬하게 남았는데....
한번쯤 위로 받는 것 어떨까?
한 해를 잘 살아낸 대견한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으로 갤러리 문을 밀어보자.
이명준 lighyt &leaf 2009.12.12~18.인동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