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이명준의light &leaf

shiwoo jang 2009. 12. 16. 21:15

                                                                                          춥다!

너무 춥다! 감탄사도 아닌 이 말이 튀어나오는 몹시도 추운 날이었다.

그 동안 겨울답지 않게 따뜻해서,

겨울은 춥다는 것을 잊어버렸는데 겨울은 이렇다는 것을 각인이라도 시키는 것 같았다.

인동갤러리 문을 밀고 들어서자

 훈훈한 실내 탓이라긴 너무도 빠른 속도로

따뜻해졌다. 컨셉도 타이틀도 모르고 문을 밀고 들어갔는데

 참 따뜻했다. 그림을 보는 순간,

오늘 참 제대로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감으로 번지기 를 한 듯, 유리창을 통해 보는 빛의 번짐,

고요하다.

따뜻하다.

오래 들여다 보고 있으니 편안해졌다.

어쩐지 휴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래, 쉬자 그림을 보면서,,,,

오랜만에 참 따뜻한 느낌의 판화를 만났다.

그리고 욕심이 났다.

눈밝은 누군가가 벌써 찜한 작품도 있었다.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까?

 

 

단순한 선과 면...

실루엣만 남은 빛과 환한 그림자.

그리고 참 예쁜 빨강...

작년에 작업한 빛과

오래 시작한 나뭇잎 그림들이라고 했다.

내년 작업은 아무래도 중간쯤, 혹은 이행 과정 쯤 될 것 같다고  이명준 작가는 말했다.

 

 

단순하지만 참 많은 이야기를 가진듯 ,

화려하거나 강렬하진 않은 것들이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길 때 부드러운 눈빛으로 볼 때 들어오는 나뭇잎들의 실루엣이

따뜻한 바탕색으로  더 온화하고  따뜻하다.

 

 

어떤 그림은 관객을 자극하고

흔들어 깨우는가 하면 어떤 그림은 관객을 토닥토닥 토닥여 준다.

그 토닥거림이 음악처럼 느껴지면서

관객은 무장해제 당하고 무방비하게 착해져버린다.

이명준 작가의 작품이 그런 것 같다.

나는 무방비해져서 나도 모르게 내 이야기를 떠벌떠벌하고 말았다.

 

 

형태가 다른 나뭇잎들이

나직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바깥에서 쌩쌩 부는 바람도,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도 어디 먼데 이야기로  생각되었다.

이분 그림 참 몰입하게 한다는 생각!

 

 

 이명준 작가가 내미는 따뜻한 차 한잔,

그림이야기, 관객으로 온 여학생들에게 들려주던

따뜻한 조언들, 아마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이었던 것 같다.

글쓰는 이와 글이 닮듯이

화가와 그림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 귀 기울이다가,

같이 수다를 더하다가....

전시가 끝나기 전에  갤러리에 들러서  

착해진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추위며 세파에 꽁꽁 언 마음들 녹여보는 건 어떨까?

 마지막 남은 달력이 아슬하게 남았는데....

한번쯤  위로 받는 것 어떨까?

한 해를 잘 살아낸 대견한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으로  갤러리 문을 밀어보자.

 

 

 

                                                 이명준 lighyt &leaf  2009.12.12~18.인동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