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아, 입이 없는 것들- 이성복

shiwoo jang 2006. 3. 8. 21:58

아 입이 없는 것들

 

                            이성복

 

저 꽃들은 회음부로 앉아서

스치는 잿빛 새의 그림자에도

어두워진다

 

살아가는 징역의 슬픔으로

가득한 것들

 

나는 꽃나무 앞으로 조용히 걸어나간다

소금밭을 종종걸음 치는 갈매기 발이

이렇게 따가울 것이다

 

아, 입이 없는 것들

 

 

-곧 세상 모든  꽃들이

제 몸의 은밀한 구석을 다 드러내고

종종거리며 세상 구경 나설 때이다

그런 꽃에도 그림자 드리운 순간이 있다

쓰라린 순간, 어떻게 울지?

덩달아 울고 싶은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