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조은- 따뜻한 흙

shiwoo jang 2009. 11. 17. 23:48

따뜻한 흙

 

                       조은

 

잠시 앉았다 온 곳에서

씨앗들이 묻어왔다

 

씨앗들이 내 몸으로 흐르는

물길을 알았는지 떨어지지 않는다

씨앗들이 물이 순환되는 곳에서 풍기는

흙내를 맡으며 발아되는지

잉태의 기억도 생산의 기억도 없는

내 몸이 낯설다

 

언젠가 내게도

뿌리내리고 싶은 곳이 있었다

그 뿌리에서 꽃을 보려던 시절이 있었다

다시는 그 마음을 가질 수 없는

내 고통은 그곳에서

샘물처럼 올라온다

 

씨앗을 달고 그대로 살아보기로 한다

 

 

 

그런 마음으로 살면 된다

씨앗을 달고 그대로 살아보려는,

내 몸에 흐르는 물길은 나도 몰라

누군가 말해주었었때

참 낯설었겠다.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