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 그리고 자부심
- 32회 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가 열렸던 치악예술관
멋진 음악회를 완성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좋은 연주자와 멋진 곡 그리고 음향시설이 잘 된 연주회장이면 멋진 연주회가 완성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신다면 중요한 뭔가를 놓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면 그건 지나친 말이 될까요? 음악회의 성패는 객석에 달렸습니다. 뛰어난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저마다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완벽한 음향시설을 갖춘 음악당에서 멋진 연주를 들려 준다하더라도 객석의 분위기며 관객의 태도가 엉망이라면 어떨까요?저는 관객도 연주자 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연주할 악기는 감상과 호응이라는 멋진 악기이고요. 그 연주는 어렵진 않지만 진지하게 집중해야 할 수 있지요. 그러기에 관객들이 만들어 내는 멋진 연주는 단연 돋보입니다. 치악예술관에서 있었던 5월 23일 원주시립교향악단의 32회 정기연주회는 오케스트라의 연주 뿐 아니라 관객의 연주도 참으로 멋졌습니다. 관객들에게 박수를 되돌리고 싶을 만큼요.
이번 연주회는 신록이라는 푸릇푸릇한 이름으로 정치용의 지휘,와 국민대학교 음대 윤철희 교수의 피아노 협주로 산뜻하고 다채롭고 풍성한 무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古 박경리 선생님을 추모하는 곡으로 말러(g. mahler)의 교향곡 5번 c# minor, adagietto를 시작으로 아깝고 안타까울 만큼 아름답고 고운 현악과 하프가 연주하는 음악의 세계로 관객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무겁고 진지한 1악장이 아닌 4악장을 고른 정치용 지휘자의 안목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정치용 지휘자는 이례적으로 이 곡을 고른 이유와 의미를 마이크를 잡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지휘자의 목소리는 좀처럼 들을 일이 없지요. 그의 말이 끝나자 관객들은 다시 뜨겁게 박수를 쳤습니다. 아름답고 꿈결 같은 연주가 끝나자 뜨거운 박수가 환한 햇살처럼 쏟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였겠지요. 이어서 윤철희교수의 협연으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고 3번 다단조가 연주되었습니다. 때로 느리고 아름답게 때로 격정적으로 풍성한 음악의 세계로 관객들을 이끌고 갔습니다. 연주뿐만 아니라 화려한 제스처가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주었습니다. 다채롭고 풍성한 가운데 베토벤 특유의 웅장함도 살짝 보이는 것 같았고 각 악기들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연주와 피아노의 화려하고 스케일이 큰 피아노의 기교가 잘 드러났던 연주였습니다. 그래서 인지 객석에서는 숨소리조차 크게 들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계속되는 커튼콜...
10분간의 휴식이 끝나고 잠시 주춤 이던 객석에는 다시 적요가 흐르고 잠깐 동안 침묵의 시간이 지나고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 5번 마단조 1악장이 연주되기 시작했습니다, 6번 비창과 함께 널리 연주되는 잘 알려진 경쾌하고 다채롭고 표정이 풍부한곡이지요. 스케일 또한 크고 화려했습니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객석의 일체감이 느껴진 연주였습니다. 혼신을 다한 4악장의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끊이지 않은 박수와 브라보 그리고 기립박수까지... 원주시립교향악단의 연주는 그 모든 것을 받아 마땅했습니다. 아울러 객석의 관객들에게 그 아름다운 것들을 고스란히 돌려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연주회중 들렸던 크고 작은 소음들도... 악장 간 박수도... 안다 박수도... 어젯밤엔 들리지 않았으니까요.
이처럼 멋진 연주를 만들어 주는 관객을 가진 원주시립교향악단원들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이 아니었을까요? 그래서였을까요? 거듭되는 깊고 긴 박수에 정치용 지휘자는 앙콜곡으로 마스카니의 아름다운 곡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무대를 빠져나가는 단원들의 표정에서 혼신을 다한 후 사람들의 얼굴에서 볼 수 있는 환하고 자부심에 가득 찬 행복감 같은 것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객석을 빠져나가는 관객들의 표정에서 충만감이랄지 희열이랄지... 연주회가 끝나고 로비를 서둘러 빠져나가지 못하고 서성이는 사람들에게서 읽은 건 여운이었습니다. 감동의 깊이만큼 그 감동이 손안에 잡힌 모래처럼 서둘러 빠져나가지 않기를 바라는 아쉬움이 읽히는 순간이었습니다. 멋진 교향악단을 가진 관객의 자부심, 멋진 관객을 가진 교향악단의 자부심 둘 다 가져도 좋을 밤이었습니다. 어제밤은... 6월에는 어떤 멋진 연주를 들려줄지 객석을 나서는 사람들은 저마다 기대와 설렘을 안고 돌아가지 않았을까요? 원주 시립교향악단의 연주는 매달 이어집니다. 5월의 감동을 안고 간 사람들은 6월에 다시 음악회를 찾겠지요. 혹시 5월 신록을 놓쳤다면 6월을 기대해보시지요. 원주 시민이라면 아니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6월의 음악회 나들이를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자세한 공연 안내는 카나비 문화달력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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