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時雨의 시읽기

나 한때 - 김지하

shiwoo jang 2007. 11. 5. 21:25

나 한때


                            김 지 하


나 한때

잎새였다


지금도

가끔은 잎새


해 스치는 세포마다

말들 태어나

온 우주가 노래 노래부르고


잎새는 새들 속에

또 물방울 속에

가없는 시간의 무늬 그리며

나 태어난다고

끊임없이 노래부르고 노래부른다.


지금도

신실하고 웅숭스런

무궁한 나의 삶




내 귓속에

내 핏줄 속에 울리는

우주의 시간


나 한때

잎새였다.


지금도

가끔은 잎새


잊었는가

잎새가 나를 먹이고

물방울이 나를 키우고

새들이 나를 기르는 것


잊었는가

오늘도

잎새 속에서

뚫어져라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는 것

 

 

 

 나의 나이는 45억살,

나는 지구와 같은 나이,

잎새가, 물방울이, 물방울새가

나를  여기에 있게 했고 있게 하고, 있게 할 것이다.

내 안에 역사가 있고

내 안에 자연이 있고

내 안에 우주가 있음을  이 시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나의 나이가 45억살임을 처음 알았다.